국제적인 시장개방의 추세에 따라 지난 4월 한미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이하 FTA) 협상안이 오랜 진통 끝에 타결되었다. 오리지널 약제의 특허기간 연장 등과 관련된 제약업계의 위기감과는 달리 의료기기(1)업계는 한미 FTA체결로 대미 수출의 활로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의료기기시장 규모는 ‘04년 기준 1,495억불(약 150조원)이며, ‘09년에는 1,868억불(약 190조원)으로 성장이 예측된다. 또한, 고령인구의 증가, 만성질환의 증가, 의료복지정책의 확대 등으로 국내 의료기기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시장규모가 ‘09년에는 3조 72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출처 : 2005보건산업백서‐한국보건산업진흥원). 그러나, 의료기기분야의 산업화와 선진화를 위하여는 국제적 수준의 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료기기 분야의 산업화를 위하여 지난해부터 의료기기임상시험활성화 지원 정책하에 많은 의료기기 관련 법규·제도 등을 정비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 해 12월 발효된 의료기기임상시험실시기관에관한규정이다.
2006년 6월 입법예고한 의료기기임상시험실시기관지정에관한규정이 2006년 12월 본격 시행됨에 따라 기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별도의 지정절차 없이 대학부속병원 또는 200병상이상 종합병원 등에서 실시할 수 있던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앞으로는 국가가 지정한 ‘의료기기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만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제된 것이다.
이는 의약품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기 임상시험 역시 정부에서 국내에서 수행되는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윤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자격을 갖춘 의료기관을 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임상시험관리기준을 제정하여 따르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수준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5월 현재까지 식약청이 지정한 의료기기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는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기독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4곳이다.
아직까지 지정고시된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의 수가 적기는 하지만 현행 의료기기임상시험실시기관지정규정 상의 시설, 장비, 인력 등에 대한 세부기준이 중소병원급에서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는 조건(200병상 미만 병원에서도 가능)이므로 그 동안 규모나, 시설 등의 제약조건에 따라 의료기기임상시험이 불가능하였던 중소병원의 임상시험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자체적으로 임상시험심사위원회 (Institutional Review Board, 이하 IRB)를 둘 수 없는 중소전문병원이나 의료기기 전문연구소에서도 외부의 임상시험실시기관의 IRB를 활용하여 임상시험을 실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상시험이 필요한 품목의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식약청에 승인을 받은 후에 임상시험실시기관의 IRB 승인을 다시 받고 임상 시험을 실시하여야 하기 때문에(2) 본고에서는 현재 지정 고시된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IRB를 중심으로 IRB 구성과 의료기기임상시험 승인절차 등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의료기기’란 사람 또는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으로써 1) 질병의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2) 상해 또는 장애의 진단・치료・경감 또는 보정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3) 구조 또는 기능의 검사・대체 또는 변형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임신조절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단, 약사법에 의한 의약품과 의약외품 및 장애인복지법 제55조의 규정에 의한 재활보조기구 중 의지, 보조기는 제외된다. (의료기기법 제2조 제1항)
1. IRB의 구성
IRB는 상설위원회로, 임상시험계획서 또는 임상시험 변경계획서를 검토하고, 피험자의 서면동의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나 제공되는 정보를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확인함으로써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의 권리·안전·복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 내 또는 지정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를 말한다. 현행 국내 규정 상 의료기기임상시험심의위원회는 임상시험의 윤리적, 과학적, 의학적 면을 검토·평가할 수 있도록 자격을 갖춘 5인 이상으로 구성하되, 1인 이상의 비전문가 위원 (의학·치의학·한의학·약학·간호학, 의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자)과 해당 임상시험기관과 관련이 없는 기관외위원 1인 이상을 포함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병원장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중에서 호선하여야 하며, 시험자 및 의뢰자와 관련이 있는 자는 해당 임상시험과 관련한 결정과정에 참여하게 하거나 의견을 제시하게 하여서는 안된다(3). IRB는 또한 원활한 심의를 위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자문을 구할 수 있다(4).
이러한 현행 규정에는 IRB위원 구성에서 해당 임상시험분야의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항과 전체 IRB위원 구성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 획일화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규정이 없다(5).
2) 신약의 경우 의약품임상시험에 있어서도 식약청의 승인과 IRB승인이 모두 필요 한 것은 사실이나, 반드시 식약청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IRB 심사
∙IRB 심사신청
의료기기임상시험을 실시하고자 하는 시험자는 해당기관 IRB 또는 지정IRB에 임상시험계획서 또는 임상시험변경계획서, 피험자에게 제공되는 서면정보(피험자설명서 포함), 임상시험자자료집, 안전성 정보, 시험책임자의 최근 이력 또는 그 밖의 경력에 관한 문서 등을 제출하여 IRB가 해당 임상시험에 대하여 윤리적, 과학적 측면의 심의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출하여야 한다. 또한, 해당 IRB는 표준작업 지침서 등 심사위원회의 임무 수행에 필요한 서류를 확보하여야 한다. 아래 표에 현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지정기관 4처의 심사신청을 위한 제출자료 목록을 제시하였다.(표1)
IRB는 시험책임자의 최근 이력 및 그 밖의 경력에 관한 자료를 통해 시험책임자가 해당 임상시험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임상시험의 실시와 관련하여 정해진 회의일정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회가 신속하게 심사하는 것을 “신속심사(Expedite Review)”라고 한다. IRB는 정식심사 이외에도 신속 보고된 이상반응의 조치, 임상시험 종료 보고에 대한 처리, 식약청이 승인한 임상시험계획서(임상시험변경계획서 포함)의 시정 사항에 대한 처리, 모니터요원 또는 시험담당자의 교체, 응급 연락 전화번호의 변경 등과 같은 행정 절차 관련 사항에 대한 변경, 유효성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검사의 추가 또는 삭제 등과 같이 임상시험계획서의 사소한 변경 사항에 대한 처리,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따라 보완되어 제출된 임상시험계획서의 심사, 그 밖의 임상시험의 실시와 관련하여 신속심사가 필요하다고 심사위원회의 표준작업지침서에서 정한 사항의 처리 등 신속한 검토와 의견이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 신속심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IRB에서는 신속심사를 요하는 사안들에 대하여 신속심사를 하는 대신 보고를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타기관 발생 중대한 이상반응 혹은 기타 안전성보고 등에 대하여 심사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IRB심사결과의 연한은 1년 이내로 제한되므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한번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1년에 1회 이상 지속적인 검토를 IRB에 의뢰하여야 한다(6).
IRB는 해당 임상시험의 타당성에 대하여 검토함에 있어 피험자의 위험이 최소화 되도록 디자인되었는지, 기대되는 이익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피험자 선정기준이 적정한 지, 피험자에게 임상시험과정을 설명하고 서면동의서를 받는 지, 안전성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은 적절한지, 피험자 개인정보 보호와 비밀은 유지될 수 있는 지 등의 기준으로 승인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IRB에서 해당 임상시험의 윤리적 검토 이외에 디자인의 과학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이유는 “비과학적 연구는 비윤리적”이며, 그다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고 할 수 없는 지식이나 데이터의 수집의 기회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임상시험에 피험자를 참여시키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해당 임상시험 진행에 투입되는 인적, 사회적, 경제적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IRB에서 피험자 보호를 위하여 동의서와 동의과정에 대하여 검토하여야 내용은 피험자에게 제공되는 동의서의 내용과 동의과정 검토(7), 취약한 피험자 연구에 특별한 주의 필요, 동의 불능자의 대리인에 의한 동의 과정의 윤리성 검토, 사전동의가 불가능한 경우 윤리적 측면의 검토 (i.e. in emergency situations), 비치료적 임상시험을 대리인 동의에 의하여 실시하는 경우 윤리적 측면의 고려 검토이다. 그러나, 공공 이익 또는 공공 서비스프로그램을 위한 연구, 피험자에 대한 최소 위험 (minimal risk) 연구, 피험자 동의 변경 또는 면제가 피험자의 존엄, 권리 및 복지에 불리하게 영향을 주지 않을 때, 동의 취득을 면제하거나 동의 내용을 변경하지 않으면 실제로 연구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연구에 한하여는 피험자의 서면동의서를 면제받을 수 있다(8).
IRB는 피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경우 심사위원회는 그 보상액 및 보상 방법과 금전적 보상이 피험자의 임상시험 참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이 경우 금전적 보상은 피험자의 임상시험 참여 정도 및 기간에 따라 적절히 조정되어야 하며, 임상시험에 끝까지 참여할 것을 조건으로 피험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IRB 심사 면제
시험책임자는 연구 중 피험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위험을 주기 않을 연구 즉, 단순 설문조사, 인터뷰, 교육시설 내에서 행해지는 교육활동, 대중행동 관찰, 기존에 있는 자료나 병리/진단검사에 따라 확보된 검체에 대하여 후향적 검토로 이루어 지는 연구 중 출처를 공개해도 사생활 보호나 비밀보장에 문제가 없거나, 피험자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등에 대하여 IRB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IRB 심사결과 통보
시험책임자가 IRB에 승인신청을 하면, IRB는 표준작업지침서에 자체 규정한 기한 이내에 심의하여 승인 또는 시정승인, 보완, 반려의 의견을 문서화하여야 한다.
의뢰사 또는 시험책임자는 IRB로부터 임상시험결과심사결과 통지를 받으면, 정족수의 심사위원이 모두 심사에 참여하였는 지 여부와, 심사에 참여한 위원들의 적합성 여부(비전문가 위원, 기관외 위원의 참석여부, 임상시험의 이해관계자의 심의참여 여부 등)에 대하여 확인하여야 한다.
3) 이해갈등관계 조정 ‐ IRB위원이 의뢰자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10,000불 이상의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자신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는 연구에는 심의에 참여하여서는 안됨
4) 이 경우 외부 자문 전문가는 해당 임상시험심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야 하므로 투표권이 없다.
5)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 역시 해당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ICH‐GCP를 따른 것으로 미 연방법에서 제시한 바와는 다르다.
6) IRB주기적 검토 주기의 결정은 피험자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의 정도에 따라 적절히 정한다.
7) 고지된 서면동의의 3요소는 Information (충분한 정보제공), Understanding (피험자의 이해), Voluntariness (자발적 동의)이다. 최근에는 고지된 서면동의과정 절차에서 피험자의 이해수준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8) 이 조항은 피험자 동의를 요구하는 다른 법률을 대체할 수 없으며, 최소한의 위험(Minimal Risk)이란 연구로 인하여 예상되는 해악 또는 불편의 가능성 및 정도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정도 이거나, 일상적인 신체적, 심리적 검진 또는 검사를 행할 때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위험보다 크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3. 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제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현황을 살펴볼 때, 아직까지 국내 의료기기 IRB의 운영은 아직 초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01년부터 ‘05년까지 5년간 식약청에 접수된 총 132건의 임상시험계획서 중에서 승인은 62건(47%)뿐이었고, 나머지 70건(53%)은 전임상 자료 미비, 과학적 근거없는 임상시험 방법 제시 등의 사유로 반려 조치 및 자진 취하되었다. 또한 국내에서 승인되어 실시되었거나 실시 중인 의료기기 다국가 임상시험은 2005년 1건, 2006년 1건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경험과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2007년 5월 현재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로 지정고시된 4처의 임상시험센터 역시 의료기기 임상시험 심의와 실시 경험이 일천하여, 기관당 한 두 과제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앞으로 이러한 현 국내 의료기기 IRB 설치 및 운영의 상황을 개선하여 국내 의료기기임상시험의 산업화와 선진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부, IRB, 시험자, 산업계에 걸친 협력과 개선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첫째, 현재 턱없이 부족한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의 지정을 늘려야 하고, 둘째, 법 개정으로 임상시험의 문호가 개방된 중소병원, 전문병원들이 지정 IRB를 실제로 이용하여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병원간 협약에 관한 실무지침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임상시험센터의 운영을 위하여 의료기기IRB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보급하고, 해당 기관 IRB위원들과 운영직원들을 기관에서 필수적으로 교육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현재 임상시험이 필요한 모든 의료기기는 식약청의 임상시험계획승인을 받은 후, IRB심사를 받게 되어 있는 현행 제도는 IRB의 검토범위와 책임을 위축시키는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제도 개선을 통하여 각 기관 IRB의 독립적 심사기능에 더욱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유전체연구 등 생명과학분야와 관련된 심의사항이 포함된 의료기기 심사 시의 심사지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유관 기관, 단체, 조직들의 다각적인 노력이 합목적적이고 유기적으로 추진될 때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과 의료기기 IRB의 수준향상이 될 것이고, 나아가 의료기기 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표 1
의료기기임상시험 심사신청을 위한 제출자료 목록
참고문헌
1. 보건복지부.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20041.29
2. 식품의약품안전청. 의료기기임상시험실시기관에 관한 규정. 2006.12.14
3. 신상구.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설치 및 운영. 임상약리학회지 1994;2:173‐176
4. 식품의약품안전청. 의료기기임상시험관리기준. 2005.7.4.
5. 이성희.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현황과 전망. 보건산업기술동향 2006:16‐18
6.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 현황 및 문제점 2007.
7. Code of Federal Regulation 21
8. ICH Harmonized Tripartite Guideline: E6. Good Clinical Practice”: Consolidated Guideline. May 1996
9. The world Medical Association. Declaration of Helsinki. Revised at 52nd WMA General Assembly. Edinburgh, October 2000
10. World Health Organization. Operational guidelines for ethics committees that review biomedical research. Genev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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